곶자왈의 바람은 옷 위로만 불지 않았다. 나뭇잎 사이를 빠져나오고 돌 틈에서 올라온 바람이 옷깃의 작은 빈틈을 찾아 들어왔다. 어느 순간에는 피부를 스치는 것이 아니라 몸속을 그대로 통과하는 듯했다. 나는 그 바람을 맞으려고 자꾸 숲으로 들어갔다.선흘과 교래, 저지와 청수의 곶자왈을 걸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숲이었지만 밝기와 냄새, 발밑의 감촉은 저마다 달랐다. 어떤 숲은 한낮에도 어두웠고, 어떤 숲에서는 키 낮은 덤불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낙엽 아래가 평평한 땅인지 돌인지 알 수 없어 걸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밑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