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 애기 한 번은 들어줘야 하는거 아니야?” 민원창구에 앉아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다. 공무원이 된 지 몇 해 되지 않았지만, 그 말은 매번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시스템은 명확하고, 규정은 분명한데, 민원인의 표정은 늘 그렇지가 않다. 정해진 기준을 설명하면서도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나는 사람을 응대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규칙을 전달하는 기계일까?”공직에 첫발을 디딘 날, 가장 먼저 배운 건 ‘친절’이었다. 말투, 표정, 응대 태도까지 매뉴얼이 있었고 민원인을 응대할 때는 ‘항상 내 가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