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어느 오후, 음악 방송을 들으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신청인의 사연이 흘러나왔다. “할아버지, 저희 할아버지를 위해 이 곡을 신청합니다. 어제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는데, 멀리서 걸어오시는 모습이 너무나 크게 보였어요.” 그 말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멀리 있는데도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는 그 말. 세상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각의 틀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전혀 다른 깊이가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이 익숙한 시각의 틀, 즉 원근법은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건축가인 필리포 브루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