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하늘에 고요히 떠오른 달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가, 골목길 한쪽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누군가 무심히 내다 버린 해진 동화책 무더기였다. 그대로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 쪼그리고 앉아 책장을 가만히 넘겼다.아직도 내 안에는 다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가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리스·로마 신화》는 여전히 새롭고 흥미롭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신들이 펼치는 모험과 마법 같은 세계가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 읽었다면, 지금 이 나이에 다시 마주한 신화 속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이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