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8도, 안개가 자욱하다. 며칠 심하게 추웠다. 다음날, 더웠다가 푹했다가 밤새 비까지 내렸다. 소실점 없는 도무지 분간하기 어려운 미궁 속에 모든 것이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도로옆 고목의 벚나무도, 길도, 심지어 햇살까지 희미한 숨결에 감싸버렸다.산비탈 왕복 2차선 도로, 산비탈이 도로와 맞닿는 모퉁이에 가랑잎이 수북하다. 밤새 내리는 비를 벗 삼아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한자리에 모이는 대로 한겹 한겹 엎고 덮어 도로에 붙였다. 비는 붙이고 차 바퀴는 눌렀다. 덩달아 살랑바람이 한 겹 더했다. 안갯속 아스팔트 도로에 두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