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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출근시간이면 업무지역으로 사람이 몰리고, 저녁이면 다시 주거지역으로 이동하며, 주말과 명절에는 평일과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이처럼 사람은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쉬기 위해 끊임없이 도시 안팎을 이동하지만, 우리가 한 도시의 인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숫자는 여전히 주민등록인구다. 과연 주민등록상 ‘사는 사람’의 수만으로 실제 도시의 모습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이러한 간극에서 등장한 개념이 ‘생활인구’다. 그동안 인구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주민등록상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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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줘야 할 때는 오지 않고, 되려 폭염이 연일 이어졌다. 간간이 적셔주는 우물물 덕분에 죽지 않을 만큼 견뎌내고, 이제 익어가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내리지 말아야 할 비가 연일 내렸다. 좌절하지 않고 버틴 짧지 않았던 시간도 지났다. “더 와야 하는데” 철딱서니 없는 자의 목소리가 거슬렸던 순간은 또렷한데, 늦은 여름까지 철모르고 울어대던 매미 소리는 사그라졌다. 이제 새벽 나절 제법 가을다운 선선한 날이 이어진다. 짝을 찾기 위해 쓰였던 뜰의 풀벌레 소리 볼륨은 여전하지만, 참여자의 숫자가 사뭇 줄었다. 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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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명절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들은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 밖에서 사 먹고, 차례를 지내는 집도 간단하게 차린 뒤 나들이를 다녀올 거라고 했다. “너희들은 좋겠다.” 나도 모르게 부러운 마음이 담긴 말이 나왔다. 나는 두 동생네 가족과 아픈 엄마가 계시니 명절이면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고생하겠네”라고 위로하면서도 가족들이 모두 모이니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편하게 나들이 다니는 모습이
민선 9기 울산시정이 출범하며 제시한 핵심 슬로건은 ‘시민이 주인 되는 민주도시 울산’이다. 이는 시장 개인이 과거 계엄 정국에 반대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 이력과 맞닿아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역사의식은 존중받아야 하며,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도시의 최상위 시정 비전으로 내세우는 것이 과연 오늘날 울산의 현실과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지금은 거리에 최루탄이 난무하던 1980년대가 아니다. 지방자치가 시행된지도 30년이 넘었다.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은 이미 우리 사회의 제
순환과 환대의 미학-서영/시인이해인 수녀의 ‘달빛기도’라는 시에 나오는 내용이다.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바라보는 눈길이 달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과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완성’과 ‘충만함’으로 차오르는 보름달. 그건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비워내고, 다시 온기를 채워 넣는 생명의 환희다. 봄의 비바람과 여름의 땡볕을
이재명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도는 현재,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토 균형발전과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 기반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개막이라는 대형 호재가 맞물리며 지역사회와 산업계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업 확정 이후 국정 동력이 약화하는 정국 변화와 국정 지지도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추진력 반감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정권 초기에 거창하게 제시되었던 초대형 사업들이 국정 동력 약화와 정
평발은 발 안쪽의 아치가 낮아지거나 소실돼 발바닥이 평평하게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발 모양이 다른 사람과 달라 보이거나 걸을 때 발이 바깥으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발이라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소아와 성인은 발생 원인과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연령과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에서 발견되는 평발의 상당수는 성장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연성 평발’이다. 어린아이들은 발의 아치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발바닥에 지방층도 많아 평발처럼 보일 수 있다
오랜만에 밤하늘에 고요히 떠오른 달을 보러 밖으로 나왔다가, 골목길 한쪽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누군가 무심히 내다 버린 해진 동화책 무더기였다. 그대로 차가운 보도블록 위에 쪼그리고 앉아 책장을 가만히 넘겼다.아직도 내 안에는 다 자라지 않은 어린아이가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그리스·로마 신화》는 여전히 새롭고 흥미롭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신들이 펼치는 모험과 마법 같은 세계가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 읽었다면, 지금 이 나이에 다시 마주한 신화 속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이 먼저
반만년 우리의 역사에서 고조선 시대부터 삼국 간의 전쟁, 거란과 몽골의 침입,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수없이 전쟁의 참화를 겪어왔다. 평화의 시기가 수십년마다 반복된 전쟁과 전쟁 사이에 일부 있었다고 할 정도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흔히 종교와 민족, 이데올로기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토와 자원, 안보와 패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있다. 상대의 힘과 의지를 잘못 판단하는 오판도 전쟁을 부른다. 전쟁을 시작하는 지도자는 대개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믿지만 역사가 보여주는 결과는 결코 그렇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더위가 돌아선 길목, 가을은 조용히 다가와 사색의 창을 연다. 창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깊은 바다에 푹푹 빠져드는 착각을 한다. 흰 구름 사이로 유영하는 고래를 만나기로 하고, 빙산 아래 펭귄을 만나기도 한다. 몽실 구름 사라진 하늘에 비행기가 조각배처럼 떠간다. 구름도 비행기도 사라진 하늘 아래, 자귀나무 잎들이 바람에 하늘거린다.바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불어 고요를 깨운다. 때론 고맙기도 때론 야속하기도 한 바람. 햇볕에 그을린 잎들이 바람에 물든다. 주홍빛으로 물드는 우듬지, 찬바람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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