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에는 한 남자가 등을 보인 채 높은 바위 위에 서 있다. 발아래로 하얀 안개가 바다처럼 펼쳐지고, 그 사이로 거대한 바위와 산봉우리가 솟아 있다. 산은 다시 산으로 이어지다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멀어질수록 능선은 희미해져 마침내 하늘과 맞닿는다.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가늠하기 어렵다.세상에는 아무리 재고 헤아려도 끝내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크기와 거리를 재며 세상을 이해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그 익숙한 잣대를 내려놓게 된다
자전거 한 대가 도로 위를 달린다. 긴 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뒷좌석에 아이 하나를 태운 채 바람을 가른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도 그 바퀴를 붙잡지 못한다.영화 속 한 장면처럼 키 큰 가로수가 서 있는 길을 따라 자전거는 달리고 치맛자락은 날리고 더위를 잊은 매미 소리도 바퀴를 따라 흐른다.자동차 운전은 그럭저럭하는 편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전거 운전은 영 소질이 없다. 아마도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그날이 문제였던 것 같다.자전거를 처음 연습하던 날, 아버지가 타시던 짐발이 자전거를 아버지에게 들킬까 걱정하며, 중학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 풍경이 마냥 시원해 보인다. 목수국이 커다랗고 하얀 꽃송이로 시원함에 정점을 찍는다. 그 풍경에 홀리듯 밖으로 나갔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요즘 내가 쉬어家에서 반복하는 행동이다. 창밖으로 바라보며 느끼는 풍경과 밖으로 나가 느끼는 풍경의 온도 차에 “어휴 더워” 외치며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불볕더위는 사람도 힘들게 하지만 식물들도 고난의 시간이다. 가드너 들은 되도록 더위가 심한 날에는 식물을 옮겨심거나 새 식물들을 들이는 일을 자제한다.그런데 요즘 나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 이성적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상대의 언행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아야 할 때도 많고, 사실을 숨기며 말해야 할 때도 있다. 또 때로는 사실과 다르게 말해야 할 때도 있다.화법에 ‘하얀 거짓말’이란 것이 있다. 말할이나 들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 유익할 때 하는 거짓말을 말한다. 이를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선물을 받았을 때 설령 그것이 자기의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고맙다’라 말하고,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도 ‘반갑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올여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들려온 소식은 낯설지 않았다.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 말라버린 강, 멈춰 선 학교, 그리고 쉼 없이 이어지는 산불. 이제 기후위기는 뉴스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길어진 폭염과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를 겪으며 계절의 질서가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문득 유치원 놀이터에서 모래를 만지던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유치원 놀이터에서 조개 공주님을 만났어요.”아이의 작은 손바닥 위에는 손톱만 한 하얀 조개껍데기 하나가 올려져 있
그 여자는 자신이 자주 가던 마사지업소의 종업원이었다. 희고 하얀 얼굴과 가녀린 몸을 가진 여자는 성격 또한 나긋나긋했다. 그는 이 여자에게 정이 갔다. 평생을 가족 없이 지낸 그는 이 여자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 좋았다. 알고 보니 여자는 시골에 병든 노모와 아직 공부 중인 남동생이 있었다.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던 그는 다짜고짜 그녀를 불러내어 그 길로 여자의 시골집으로 갔다. 여자의 어머니는 건장하게 생긴 그를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여자를 부탁했다.얼마 후 여자의 어머니가 죽자 그는 여자와 동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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