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보지 않던 사진첩을 넘기다 사진 한 장에 눈길이 멈췄다. 낯선 숲속 어딘가에서 몇 사람이 건배하는 장면이다. 그중에는 잔을 높이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도 있다. 그런데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곳이 어딘지 함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전혀 기억에 없다. 아무리 오래된 일이고, 평소 친하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그날 하루만큼은 함께 산에 오르고 이런저런 대화를 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과연 나는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 걸까? 40대 어간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