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의금부의 국문은 형벌이 가혹하여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형벌이 가혹하다? 역적의 죄상을 밝히는 국문인데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관병도 아니고 사병인 의병들을 그렇게 많이 거느린 자들은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네. 태종대왕께서 왜 자신을 지켜주었던 사병을 혁파한 줄 아시오? 사병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오. 전란 중이라는 이유로 이놈 저놈 다 사병인 의병을 거느리고 있소. 그래서 내가 의병들을 해산하고 관군에 편입시키라고 지시를
정여립의 난이 일어났을 때 정철의 광기가 일천여 명의 인명을 구천으로 보냈었는데 죽은 그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일까? 윤두수와 충청병사 이시언, 경상우병사 김응서 등은 충청도 관찰사의 종사관인 신경행의 거짓밀고를 기회로 익호장군 김덕령을 죽이려고 상소를 올렸다. 경상우감사 김수가 호시탐탐 죽일 기회를 노렸던 홍의장군 곽재우를 이몽학의 난과 관련된 자로 엮어서 장계를 올리니 곽재우, 최담년, 홍계남 등이 차례로 의금부로 잡혀 들어갔다. 이때에 역적으로 참수당한 양반가의 아녀자들 중에 곱상하게 생긴 여인들은 명나라 장수의 객고를 풀어주는
꿈속에서조차 채 죽지도 않은 여인의 생살을 베어 먹는 장면이 보여서 그는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천동은 풍문으로 알고 있던 식인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그런데 직접 식인 광경을 목격하고 나니, 부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가 서로 잡아먹는 부자부부상식도 어쩌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모든 게 싫어졌다. 고향인 울산과 무룡산이 사무치게 그리웠다.며칠 뒤에 마침내 종오품 창신교위 이청국이 그를 불러서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천출이 어쩌다가 속량이 되고 양반이 되었다고 해서 다 같은
“어쩌다가 그렇게 이쁜 여인이 내 마누라가 되었을까? 내가 운수 대통한 거야. 그러니 앞으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겠지.”계속 미친놈처럼 혼자서 주거나 받거니 하면서 양반 체통은 개한테 준 사람처럼 종종걸음으로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국화는 그의 부인이 된 후로는 자신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비록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겁박에 의해서 부부가 된 사이지만, 여느 반가의 부인들처럼 삼종지도로 지아비를 받들어 섬겼다.“다녀오셨어요?”“나를 기다린 것이오? 나는 당신이 보고
얼추 보름은 땀 흘려 일한 것 같았다. 힘이 들었지만 내 땅을 일군다는 생각에 다들 뼈가 부서져라 열심히 일했다. 천수답을 산 동무들은 내년에 벼농사를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논의 일부를 파서 물을 가두어 두는 둔벙으로 만들고, 그곳에 미꾸라지와 붕어 등의 물고기도 잡아다가 넣었다. 둔벙은 내년에 그들만의 양어장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들은 국화가 떠나버린 슬픔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천동은 더 이상 국화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새벽에 무룡산에 올라가서 검술을 수련하는 일은 옥에 갇혀있었던 며칠을 빼곤 거르지
그는 유월에 관직을 제수 받고 한양의 도성 밖에 위치한 훈련도감에 배속되었다. 그의 밑에는 처음부터 양반이었던 자들이 초급 무관으로 임명이 되어서 일하고 있었는데, 천동의 출신이 알려지면서 그의 지시를 무시하는 일이 무시로 일어났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천동의 상관은 그것을 천동의 무능력으로 몰아세웠고 그를 경멸하기까지 했다.아무도 그에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천동은 답답한 마음에 술이나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해 질 무렵 도성인 한양의 외곽에 위치한 저잣거리를 걸었다. 그러다가 그는 사람의 해골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천동은 좀 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동무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천동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굳이 난리 중이 아니어도 남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들이었다.하루에 두 식경씩 무룡산 중턱에서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했다. 천동은 동무가 아닌 스승의 입장에서 강하게 그들을 다루었다.“내가 지금 너희들을 가르치는 것은 동무로서가 아니라 스승으로서 하는 것이니까 꾀를 부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좋다. 그렇지만 진정 강
젊은 나이임에도 참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남편의 죽음 후에 홀로 남겨진 그녀의 삶은 고단했었다. 친정은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고단한 삶을 외면했고, 시댁은 청상과부인 그녀에게 은근히 죽음을 요구했다. 며느리의 죽음을 통해서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때 죽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모의 품을 떠나서 여자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남편이 죽기 전까지 한 달과 천동을 만나고 나서 열 달 정도 함께한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천동과 함께한 시간은 그녀가 죽으면서도 이 세상
한편 천동은 김 초시가 형방에게 보낸 서찰과 동리 사람들의 집단적인 탄원으로 방면되었다. 이틀 동안 무려 장 사십 대를 맞은 천동은 강골임에도 몸이 말이 아니었다. 동무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힘겹게 걸을 수 있었다. 천동은 먼저 국화의 안부를 물었다.“누이, 누이는 어떻게 되었어?”“어, 집에 가만히 계시라고 하고 왔는데….”“이 새끼들이…, 저리 비켜.”부지깽이와 먹쇠는 천동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천동은 지금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들에게 욕까지 하고 있었다.“왜 그래, 천동아!”천동은 대답 대신
정철은 몇 차례 유배를 갔었는데 그는 그때마다 주상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사미인곡’에 이어 ‘속미인곡’까지 지어 바치며 자신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가 지어 올린 가사의 영향으로 그는 번번이 유배지에서 풀려났었고, 마침내 기회가 되자 정적들을 모조리 제거하여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두 손에 엄청난 피를 묻혔던 것이다.동해가 보이는 무룡산 정상 부근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서 혼자 외롭게 술을 마시던 천동은 문득 1593년 겨울에 유배지인 강화도에서 술을 마시다 죽은 송강 정철이 생각났다. 명나라에까지 문장이 알려진 조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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