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8년 1월4일까지 조명연합군은 계속해서 성을 공략하였으나 끝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다가 6만명의 왜군 지원병이 울산으로 집결하자 경주로 후퇴하였다. 이 전투에서 백정 출신 장오석 장군과 이인상 등 울산지역에서 활약하던 의병장들이 다수 사망하였다. 천동은 관군에 흡수되어 전투에 참여한 울산의 의병들 속에 섞여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으나 성안에서 저항하는 왜군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워낙 견고하게 지어진 도산성인지라 넘어가서 안으로 잠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결국 그는 이 전투에서 아무런 전공도 올리지 못했다. 조명연합군이 후
천동은 가만히 옥화의 속곳을 벗기고 손으로 더듬어 올라갔다. 옥화의 가래산에 숲이 무성하다. 천동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보름날에 하는 혼례라서 그런지 유난히 달이 밝게 느껴졌다. 황진이의 시가 생각나게 하는 그런 밤이었다.‘은궐이 유난히도 아름답던 그 밤의 꽃잠’혼롓날 초례청에서나 결혼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이미 알고 있고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사내를 지아비로 맞이한 옥화는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다. 꽃무리는 아니지만 마음속에 담았던 사내의 여인이 되는 까닭에 두
말을 마친 천동은 바람같이 부엌으로 가서 박달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부인의 손에 쥐어 주었다. 부부는 의초롭게 저녁을 먹었다.“이럴 때는 내가 허울뿐인 양반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제대로 된 양반이라면 부부가 한 밥상에서 식사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난 앞으로도 식사는 꼭 당신과 겸상해서 할 거야. 말리지 마.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거라도 못하면 뭔 재미로 세상을 살아?”“나리, 고마워요.”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낮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왜군은 모리 데루모도의 우군 4만3000명을 포함한 총 7만5300명이 닷새 동안 성을 공격하였으나 7000여 조선 백성들의 끈질긴 항전에 무려 3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와 병력의 수에서 절대적인 열세였던 까닭에 마침내 황석산성은 왜군에 의해서 함락되었고, 그들은 분풀이로 백성들은 물론 성안에 남아있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여 버렸다.한바탕 살풀이를 한 그들은 전라도로 곧장 진격하였다. 구례와 곡성을 함락시킨 왜군은 8월 17일에 남원마저 함락시켰고 명나라 장수 양원은 전주성으로 도망쳤다. 가
옥화 모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니.”천동은 기뻐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사위를 보긴 한 모양이네. 자네가 자꾸 어머니라고 불러주니까 기분이 좋아. 서운한 것도 풀리는 것 같고. 자네는 이제 정말 내 새끼야. 알았지?”“네, 어머니.”옥화의 아버지는 두 사람 간의 대화가 길어지자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들었다.“나도 사위하고 말 좀 하자고.”“네, 아버님!”“훤칠한 내 사위가 아버님이라고 불러주니까 기분이 참 좋네.”옥신각신하다가 다시 얘기를 하고, 그러는 사이에 서너 식경은 족히 시간
천동이 군막 안으로 들어서자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던 세르페데스는 다소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천동이 자신의 군막을 방문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전에는 갑자기 사라지더니 오늘은 갑자기 나타났군.”“신부인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소. 입으로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당신들이 이 전쟁을 막기는커녕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가?”“그게 무슨 말인가? 누가 전쟁을 부추긴다고 그래. 그건 천동이 오해한 거야.”“오해? 조선에 항복해 온 항왜들을 통해서 당신들이 히데요시에게 조선과의 전쟁을 부추기고 조총을 비롯
꽃피는 춘삼월, 어느 저녁 무렵에 마동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마동마을 처자인 옥화와 송내마을 총각인 천동의 혼인날이다. 그동안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해서 마동마을 뒷산 골짜기에 있는 도화등에서 꿀맛 같은 세 번의 만남을 가졌었다. 도화등이라는 이름은 복숭아꽃이 활짝 피면 그 모습이 마치 등을 달아놓은 것처럼 골짜기가 환하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다.천동과 옥화는 이미 옥화 부모님의 승낙을 받은 상태라서 의혼절차를 생략하고 지지난달에 납채를 했다. 천동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주단자를 만들고, 사고무친의 고아인 관
본인인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조선의 백성들이 어찌 그것을 이해하겠느냐. 일본이 나를 첩자로 이용했는데, 조선도 나를 이용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나는 그 일에 대해서 조선에 진 빚이 없다고 생각한다.”“조선에 왕과 대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의 백성들은 요시라라는 첩자를 증오합니다.”“상관없다.”“조선을 재침한 왜군이 지나는 마을마다 하인으로 쓸 만하거나 노예로 팔아먹을 사람들은 잡아가고 나머지는 죄다 죽인 거는 알고 있을 겁니다. 집이란 집은 전부 불태우고 죽은 사람의 귀나 코를 잘라가는 악귀 같은 행
무룡산 중턱에 있는 숲에서 천동은 세 시진 만에 깨어났다. 칼에 베인 상처가 쓰리고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삿갓을 쓴 세평이 있었다.“어찌된 것입니까?”“얼씨구. 이놈아, 질문보다 먼저 고맙다는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잖아?”“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네가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었던 게구나. 마침 내가 그곳을 지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너는 벌써 죽어서 귀신이 되었을 것이다.”“….”“할 말이 없지? 병서를 읽은 놈이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냐? 단독으로 적을 칠 때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절반이
이순신은 승전 소식을 조정에 알렸다.임금은 이순신의 장계에도 불구하고 명량해전을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다. 일부 조정의 신하들이 이순신의 공에 대해서 말했으나 주상은 사실상 패배한 전투인 직산 전투의 승리에 대해서 명군의 공로를 침이 마르도록 치하하고는 말을 닫았다.주상이 통제사 이순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주상이 처음부터 이순신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처음에는 이순신을 누구보다도 아꼈다.그래서 1589년부터 1591년까지 불과 2년 사이에 10등급이나 승차시켰다. 실로 파격적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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