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은 가만히 옥화의 속곳을 벗기고 손으로 더듬어 올라갔다. 옥화의 가래산에 숲이 무성하다. 천동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보름날에 하는 혼례라서 그런지 유난히 달이 밝게 느껴졌다. 황진이의 시가 생각나게 하는 그런 밤이었다.‘은궐이 유난히도 아름답던 그 밤의 꽃잠’혼롓날 초례청에서나 결혼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이미 알고 있고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사내를 지아비로 맞이한 옥화는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다. 꽃무리는 아니지만 마음속에 담았던 사내의 여인이 되는 까닭에 두
“아닙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옥화낭자와 혼인을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이미 정절을 잃어 흠이 생긴 딸아이인데 제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내 딸의 목숨까지 살려준 은인이라면 더 생각해서 무얼 하겠습니까? 게다가 양반 댁 정실부인이라니? 허락을 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희 부부입니다. 흠이 많은 아이지만 제 딸아이를 거두어 주십시오.”“그럼 허락하신 걸로 하고 이 순간부터 저를 양 서방이라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리.”“아버님, 어머님, 그 나리라는 말은 빼고 그냥 양 서방
“부모님께서도 오라버니를 아세요. 좋은 총각이라고 하셨어요. 절대 반대 안 하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기왕 말이 났으니 좀 있다가 저랑 같이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려요.”대책 없이 마구 들이대는 옥화로 인해 천동은 정신이 없었다.“혼인이라는 게 중간에 오작교를 놓는 매파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예부터 내려온 풍습인데, 이 조선땅에서 이런저런 거 다 무시하고 이래도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잖아.”“역시 오라버니는 양반님이라서 그런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거네요.”“나는 그런 거 안 따지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혼인이라는 게 우리 두
꽃피는 춘삼월, 어느 저녁 무렵에 마동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마동마을 처자인 옥화와 송내마을 총각인 천동의 혼인날이다. 그동안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해서 마동마을 뒷산 골짜기에 있는 도화등에서 꿀맛 같은 세 번의 만남을 가졌었다. 도화등이라는 이름은 복숭아꽃이 활짝 피면 그 모습이 마치 등을 달아놓은 것처럼 골짜기가 환하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다.천동과 옥화는 이미 옥화 부모님의 승낙을 받은 상태라서 의혼절차를 생략하고 지지난달에 납채를 했다. 천동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주단자를 만들고, 사고무친의 고아인 관
유곽을 멀찍이 벗어난 요시라는 숲속으로 내달렸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감시자를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안전을 확인한 그는 비로소 전서구를 날렸다. 이제 내일이다. 김응서에게 1월13일에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일본 수군이 부산포에 당도할 것이라는 정보만 넘기면 된다. 나머지는 조선의 대신들과 조선왕 이연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수군제독 이순신이 없는 조선 수군은 어떻게 될까?’과연 고니시의 예상대로 될지 지켜볼 생각을 하니 요시라는 너무 흥분됐다.‘재미있을 거야.’그는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무척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합하, 포르투갈은 아직 스페인의 속국이옵니다. 그래서 해외 무역을 통해서 국력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조선은 지금 외국과의 통상을 거부하는 쇄국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포르투갈로서는 조선의 시장이 아까운 것입니다. 조선인들은 손재주가 뛰어나고 머리가 좋아서 일본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상공업을 크게 부흥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명국의 도자기가 일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조선의 도자기 기술이 더 앞서 있습니다. 조선인들의 손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게 해서 구라파에 내다 팔면 막대한 이익을 볼 것입니다
1596년 병신년 십이월 중순의 어느 날 잠시 자신의 나라인 왜로 돌아간 고니시는 나고야 성에서 주군인 관백 히데요시와 밀담을 나누었다. 사항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시중드는 여인들조차 물린 상태였다. 고니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어있었지만 히데요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주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니시가 조바심을 이기지 못하고 침묵을 깼다.“관백 합하!”“아 차부터 들고 좀 천천히 말하게.”“네.”고니시는 조바심을 내며 차를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런 고니시를 히데요시가 가볍게 나무랐다.“이봐. 차 마시
“할머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나, 이 무덤의 주인이 불쌍해서 가끔 이곳을 지나갈 때는 이렇게 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간다우. 내가 좀 이상해 보이지?”“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할머니, 이 무덤의 주인을 아세요?”“알다마다. 내가 만들어 준 건데….”“혹시 이 무덤의 주인에 대해서 여쭈어 봐도 될까요?”“나도 자세히는 몰라.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키가 아담한 양반댁 부인 같았어. 난리 통이라서 장사지낼 돈이 없었는지 몰라도 누군가 그냥 내다 버렸어. 웬만하면 조그마한 봉분이라도 만들어주지. 몹쓸 사람들 같으니라고. 참 손에
동무들을 먼저 보내놓고 천동은 옥화를 따라서 대추나무 한 그루가 마당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가 사는 초가집은 비록 초라했지만 정갈하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집주인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옥화는 마당에서 부모님을 불렀다.“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잠시만 나와 보세요.”잠시 후에 옥화의 부모님이 마루로 나오다가 낯선 사내를 발견하고 물었다.“네 옆에 있는 도령은 누구시냐?”“자세한 것은 방에 들어가서 말씀 드릴게요. 오라버니, 인사드리세요. 저의 부모님이십니다.”“처음 뵙겠습니다. 송내마을에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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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첫날부터 양반 사위에게 무슨 말이 그렇게 거칠어? 서운하더라도 그냥 좋게 말해야지. 옥화 생각은 안 해?”새색시인 옥화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식전 댓바람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천동도 머리가 띵하고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옥화 부는 서둘러서 두 사람을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다시 그의 처를 나무랐다.“이 사람아, 나는 지금 양 서방네 머슴노릇을 하라고 해도 할 생각이네. 내 말 무슨 뜻인지 몰라?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다가 양반 사위이고, 정조를 잃어서 남의 집 후처자리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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