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 내 눈에 비추어 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집게손가락을 내어 보이며 몇 개냐고 물었다. 참 웃기는 질문이었지만 손가락이 자꾸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정확하게 몇 개인지 세어볼 수도 없었다.“이석증과 저혈당쇼크가 같이 온 것입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하겠습니다.”나는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5일을 더 보내야했다. 달팽이고리관 부근의 뼈에 심한 염증이 있어 수술이 아니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부분 수술이지만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인위적으
“그래도 이런 흉측한 물건을 왜 집안에 들여요?”아내는 정말 무서움을 느끼는지 말을 하면서도 볼살이 가볍게 떨렸다. 아내를 달랠 생각으로 김인후에게 들은 이야기를 대충 추려서 들려주었다. 곁들여서 산 사람이 무섭지 죽은 사람은 무서울 게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내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혹시 돌에 안 좋은 기운이 들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핏빛처럼 빨간색깔이 께름칙하지 않아요?”“께름칙하기는, 일본인들은 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친다고 집안에 놓아둔다고 들었소.”“어쨌든 전 보기 싫어요.”아내는 더 이상
“잠시 죽었다 깨어나셨는데 저승구경은 잘 했습니까?”“저승이라고요?”그때 마침 지진이 일어난 듯 우르르르 하고 집이 흔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놀라셨군요. KTX열차가 지나가는 소리입니다. 10분마다 한 번씩 지나가죠.”나는 그 소리에 정신까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 날 개울에서 쓰러진 것도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이었던 것 같았다. 김인후는 고속열차의 소음 때문에 집을 팔 수가 없다고 했다. 약간의 보상을 받기는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받고 있는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촌마을 바로 아래 있던 삼정
김용삼은 자리 밑에서 검은 돌 하나를 들어올렸다. 묵직해 보이는 돌을 탁자 위에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돌 표면에 붙어 있던 동그란 자석을 떼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자석을 돌 표면에 가져다 대니 쩍하고 달라붙었다.“신기하죠? 이 돌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철광석인가요?” “햐….”김용삼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석을 삼십 년을 했다는 사람이 철광석과 운석을 구분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몇 해 전에 진주지방에 운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많은 사람들이 횡재를 한 사실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 워낙
돌도끼로 죽인 사람은 일제강점기 두서 주재소에 근무하던 일본인 순사였다고 했다. 자신이 나서서 작은 할아버지를 독립운동가로 등록하려고 서류뭉치를 들고 보훈처를 드나들었는데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작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는 분명 이 돌도끼로 일본인 순사를 죽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독립운동을 한 것이 맞지 않습니까?”김인후의 이야기는 서류가 전부 한자와 일본어로 쓰여 있는데 무식한 보훈처 직원들이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대문자나 외계문자도 아닌 이웃나라 문자를 해독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그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그림일까요?”“음. 보리쌀을 그린 것 같은데요.”연장자인 장 선생이 보리쌀이라고 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자들만 서 있는 앞에서 당당하게 음부라고 말했다.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로 새긴 여자의 음부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가 멋대로 해석을 하는 것 같았다. 여성의 음부라고 하기에는 선이 너무 단순하고 유치했다.“김성범씨”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갑작스런 부름에 당황스러웠다.“네에.”“이걸 무슨 그림이라고 생각하나요?”나는 그가 이야기한 여성의 성기 같지는 않다고 했다. 둥그스럼한 타원형이 반으로 갈라져 있
내가 유촌마을을 다시 찾은 것은 퇴원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당분간 소설쓰기도 중단하라는 아내의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네 삶에 쉼이라는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쉰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에도 삶은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빠르거나 느린 시간은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한 속도로 흘러간다.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을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내 건강을 염려하는 아내의 마음은 헤아리고도 남았다. 아내는 참으로 사랑스런 사람이다. 다음 생에도 누군가를
“지금은 붉은 돌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려 작은 쪼가리 하나 찾기가 힘들 겁니다.”나는 돌을 줍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었다. 남자에게 일제강점기 광산개발을 했던 사실을 물어보니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게 없었다. 그 이야기를 확인하려면 상류 쪽인 백운산 자락 상동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함에 찍힌 책을 한 권 얻을 수 있느냐고 했다. 나는 다음에 들릴 때 꼭 가져다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남자는 못미더운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러나 나는 이야기의 끈을 잡기 위해 붉
내가 붉은 돌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 돌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시선이 오래도록 붉은 색깔에 머무르는 동안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붉은 색은 흡사 유성페인트를 칠해놓은 것처럼 선명했다.붉은 돌은 수석밴드의 판매란에 올라와 있었다. 하천에서 나는 돌치고는 수마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냥 망치로 깨어놓은 모양새였다. 붉은 색깔만 아니었더라면 그냥 장난으로 올린 돌이려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어 놓은 돌의 가격이었다. 크기가 1
이제 와서 굳이 그들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렇지만 그들도 벌써 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렸을 것 같다.나는 마지막 노후를 보내기 위한 약간의 돈을 가지고 왔다. 당분간은 큰 집 조카며느리에게 의지하기로 했다. 자식들은 모두 객지로 떠나보내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조카며느리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벌써 환갑을 넘긴 나이라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나고 지은 집이라고 했는데 두 노인이 살기엔 크고 넉넉했다. 생활비는 매달 섭섭하지 않게 쥐어 주었다.처음에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예전 기억이 남아 있
인기기사
Generic placeholder image
횡성군보건소, 어르신 건강관리를 위한 맞춤형 ICT 교육
횡성군보건소는 23일과 30일 2회에 걸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보건소 2층 다목적실에서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 신규 등록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ICT 교육을 진행한다.해당 교육은 실습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스마트폰 활용을 위한 ‘오늘 건강 앱’과 개인 스마트 기기를 연동하는 방법과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라텍스밴드를 이용한 근력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Generic placeholder image
소니, 네트워크 비디오 레코더 사업 접는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가 네트워크 비디오 레코더 '나스네'의 애프터서비스를 종료, 오는 2027년 7월 말부터 일부 기능의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지난 24일일본 IT미디어에 따르면 이번에 AS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SIE의 마지막 모델 'CUHJ-15004'로, 이전 모델은 이미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SIE는 수리를 원하는 사용자에 오는 7월 25일까지 온라인 수리 접수 서비스 또는 플레이스테이션 고객 지원 센터를 통해 신청하도록 권고했다.
Generic placeholder image
[한난] 2024년 PSM 평가서 역대 최고 성적…공정안전관리 분야 선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안전관리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지사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2024년 공정안전관리 이행상태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P등급을 획득했으며, 이는 중대형발전소로서는 공사 설립 이후 최초다.4년 주기로 시행되는 공정안전관리 이행상태평가는 유해·위험설비 보유사업장의 중대산업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인 안전관리제도로 국내 안전관리분야에서 정부 공인 최고권위를 갖는다. 평가등급은 P등급(
Generic placeholder image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 사랑의 쌀 나눔 실시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중앙지역본부가 지난 24일 종로구 관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에 ‘가정의 달 사랑의 쌀’ 나눔행사를 가졌다.기탁한 쌀은 10kg 총 176포대를 전달했고, 전달식 행사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지웅 관장, 신희정 사무국장, 유경희 과장 및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성연석 중앙지역본부장, 민보라 사무국장, 임초이 실장이 참석했으며 해당 후원품은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무료급식소 전달돼 사용될 예정이다.성연석 중앙지역본부장은 “가정의 달 사
Generic placeholder image
KGC인삼공사 정관장, 임영웅 콘서트에 활력 더해…‘정관장 건행 라운지’ 성료
KGC인삼공사가 정관장 모델로 활약중인 가수 임영웅의 단독콘서트 현장에서 ‘정관장 건행 라운지’ 부스 운영을 성황리에 마쳤다.27일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임영웅 콘서트에서 ’정관장 건행 라운지’ 부스를 운영하며, 콘
최신기사
Generic placeholder image
챗GPT가 말해주는 청렴
지금 전 세계는 챗GPT 열풍이다. 챗GPT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을 통한 동영상 제작 등 수많은 분야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퀄리티의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수많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공직 사회 내부에서도 챗GPT를 통한 업무 수행을 장려하여 많은 직원들이 챗GPT를 이용하고 있다.챗GPT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중에 나는 문득 챗GPT가 말해주는 공직자의 청렴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내 스스로 ‘청렴’이란 단어를 정의하려고 하니 막상 정확한 문장들로 서술
Generic placeholder image
경기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여성 나이기준 폐지
경기도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의 여성 나이별 시술금액 차등 지원 기준을 폐지한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소득, 거주지, 횟수, 나이까지 모든 기준이 폐지...
Generic placeholder image
LG전자, 직수형 냉장고 ‘스템(STEM)’ 론칭…구독선택 폭 넓혀
LG전자는 위생 강화를 위해 직수관에서 물을 직접 보내 정수를 공급하고 얼음을 만드는 새 직수형 냉장고 브랜드 ‘스템’을 론칭했다고 2일 밝혔다.이 제품은 구매는 물론 구독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고객의 냉장고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냉장
Generic placeholder image
담양군,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사업 선정 ‘쾌거’
담양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24년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사업에 선정되어 기반 조성 등에 필요한 국비 30억 원을 확보했다고 30일 밝혔다.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사업은 마을과 가까운 기존 축사를 이전해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 등 각종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축사를 깨끗하고 질병 없는 데이터 기반의 미래 첨단단지로 바꿔 축산농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담양군은 오랜 숙원사업인 이번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전남도와 철저한 사전 준비, 집단민원 적극 대응 등 유기적인 협업을 지속해
Generic placeholder image
장흥군, “지역 발전 이끈다” 청년공동체 활동
장흥군은 29일 군민회관 소회의실에서 ‘2024년 전남형 청년공동체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전남형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지역내 청년공동체를 발굴·육성하고, 활동 지원을 통해 청년들의 지역사회 활동기반 마련과 지역활력을 도모하는 사업이다.사업에 참여하는 공동체 팀들은 팀별 6백만 원의 과업수행비를 지원 받아 11월까지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활동을 마친 후에는 네트워크 행사, 성과공유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29일 출범식에서는 각 청년공동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동 계획과 포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