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5시까지 복귀.동반 탈옥 대상자 : 정태수기한 : 이섭 씨의 형기 내- 이섭 씨는 한 달 후, 그가 있는 청송교도소로 이감 예정.- 정태수에게 나의 신상정보를 말하면 절대 안 됨.- 기타 세부 지시는 추후 면회 혹은 인편.p.s) 그는 내년 초에 절대로 나오지 못함그러므로 그를 잘 설득해 꼭 성공하기 바람.당신의 사랑, 민채로부터나는 이 쪽지를 읽자마자 미치는 줄 알았다.정태수가 누구던가. 그는 얼마 전 교도소로 이감된 우리
“작전 개시!” 정말 순식간이었다. 수갑과 포승줄은 언제 풀었는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그들은 주임 교도관을 비롯한 세 명의 교도관을 눈 깜짝할 새 제압하는 한편, 호송 칸의 운전 기사에게 차를 세울 것을 명령했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아까만 해도 영락없는 환자였던 두부 공장의 반장이 의기양양한 듯 일어나더니 나머지 재소자들에게 명령했다. “이 새끼들 묶어!” 교도관들은 졸지에, 출발하기 전 자신들이 재소자들을 묶었던 줄로 꼼짝없이 묶였다. 그래도 간부인 주임 교도관은 묶이면서도 반장을 타이르고 있었다. “이봐, 반장
“그 친구 죄명이 뭔데?”“살인이라는데, 원래 형기는 15년 받았는데 항소해서 감형될 거라면서 내년 초쯤 나간다네요”남자는 입술을 끙, 하고 깨물었다.“이런 건 해주지 마. 십중팔구 해코지하려는 거야. 이제 자네도 출소했으니 내 밑에서 사업이나 열심히 하자고.”그러면서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쪽지를 찢어버렸다. 그녀로서는 정말 다행이었다. 그녀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걱정하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그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15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우울증과 심신
“어이! 탈옥한 양반. 성공했으면 밖에서 잘 살면 되지, 왜 기어들어 왔냐?”그러자 주위 재소자들이 웃었다. 뒤돌아보니 안면이 있는 자였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별것 아니고, 나가보니 배고파서 들어왔습니다.”내 말에 다시 재소자들이 비아냥거렸다.“배고파서? 하하. 어지간히 소심한 친구로군. 우리와 함께 놀 친구가 아니네.”“저런 놈은 왕따시켜야지. 탈옥이 어디 쉬워? 제 발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우리 세계에서 우상이 될 뻔했는데. 아깝다. 아까워.”나는 더는 이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그들도 내가
“인사가 늦었습니다. 민채와 사는 고두팔이라고 합니다. 이분이 이모님이시고, 아, 학생들이 민채 동생들이구나.”중년의 남자가 민채와 나란히 앉아 인사하자 이모는 물론 동생들의 표정은 뜨악했다.“이모! 이분이 지금까지 저와 동생들의 생활비를 대준 분입니다. 이번 저의 유학도 마찬가지구요. 제겐 너무도 고마운 분입니다. 애들아, 인사드려.”민채는 그간의 사정을 이모와 동생들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한참 이야기 끝에 이모와 동생들은 이 현실을 받아들였다. 민채는 남자에게 부탁했다.“이유는 묻지 마시고 2년만 동생들을 우리 집에서 살게
한날, 남자가 가게로 그녀를 찾아왔다. 벌써 술이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7년만 살아 줘. 그다음부턴 자유야. 나도 한 여자와 그 이상을 살긴 싫어. 대신, 그대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줄게.”민채는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말았다.‘7년.’그녀는 그를 보낸 뒤,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 역시 더는 업소에서 일하기는 싫었다. 에이스 대우받으며 돈은 좀 벌지만, 오래 할 직종은 아니었다. 밤마다 술에 취한 손님을 받는 일도 피곤했고, 때로 마담의 요구에 2차까지 나가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다. 7년이면 눈 딱 감고 할만했다. 그의 입으로 뭐
“너! 법무부에 누굴 알고 있지? 꽤 높은 놈이더구먼. 너 같은 탈옥수를 ‘귀휴’처리해 달라고 직접 연락이 왔어. 운 좋은 줄 알아. 여기 서명하고 오늘부터 매일 반성문 써. 독방 한 달에 처하니 정확히 서른 장을 써야 해.”나는 새삼, 민채의 능력에 감탄했다. 보안과장을 움직인 것은 법무부의 고위 관료인 모양이었다. 그런 관료를 움직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민채였다. 나는 그가 말한 귀휴 신청서에 서명하고 반성문을 쓸 용지 30장과 볼펜 한 자루를 챙겼다.“2154번. 솔직히 말해. 이번 탈옥에 공모자가 있지? 어떤 놈이야?”“없
“돈이야 내가 알아서 보관하면 되지만, 이게 뭐야? 쪽지에 쓴 이 친구의 주소만 알아주면 돼?”“그래. 알아만 주면. 맡긴 돈에서 한 오백만 원은 네가 써.”서평은 내가 오백만 원을 준다고 하자 창피하게도 식당에서 만세를 불렀다. 나는 녀석의 귀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오후 5시까지 들어가면 되니 나는 그 자리에서 녀석과 소주 3병을 마셨다. 어제 많이 마셔서인지 한 병 반만 먹어도 나는 꽤 취해버렸다. 나는 민채가 쪽지 끝에 쓴 글이 떠올랐다.‘당신의 사랑, 민채로부터’“그녀가 그렇게 썼단 말이지. 혹 그녀가 널 정말 좋
남자는 민채를 금이야, 옥이야, 하며 아꼈다. 그녀를 위한 남자의 정성은 눈물겨웠다. 하루가 멀다고 보석과 명품을 선물하는 것은 물론 동생들에게 보낼 생활비도 넉넉히 보내주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했다. 사업이 바빠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오는 남자의 수발을 하는 한편, 그녀는 이곳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하여 학업을 계속 이어갔고 약속대로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동생들을 만나러 갔다.그러던 한날이었다. 동생들에게 줄 선물을 사 들고 집으로 가니 바로 밑 여동생이 그녀에게 편지 한 장을 내밀고는 벌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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