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갤러리에서 오늘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달항아리가 더 이상 시대의 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선 백자의 아득한 아우라를 박물관 유리관 속에 가두는 대신, 빛과 신체, 기억이 마찰하는 ‘당대적 오브제’로 끌어올린 현장이다. 전시장 속 덩어리들은 무언가를 역설하지 않고, 그저 거대한 중력처럼 시선을 붙잡는다.물성은 정직하다. 백토를 빚고 유약을 입혀 불 속에 던져 넣는 일은 작가의 의도와 우연의 거친 악수다. 완벽한 대칭을 살짝 비켜난 둥귐, 가마가 새겨넣은 미세한 흉터와 결은 흠이 아니라 시간의 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