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경북 북부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풍이 불어 나뭇잎 하나가 불씨가 되면, 불길은 계곡을 타고 순식간에 산등성이를 넘었다. 불탄 재가 눈처럼 내렸고, 산 아래 마을로는 시커먼 연기가 내려앉았다. 바람의 방향은 수시로 바뀌고, 헬기는 돌풍 때문에 뜨지 못했다. 지상진화대는 밤새 방화선을 만들며 불길과 맞섰고, 그 불빛에 사방이 낮처럼 밝았다. 진화인력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지만,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산불로 우리 대응체계의 부족한 점들이 드러났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동시다발 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