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빗은 머리카락이 금세 부스스해진다. 푹 찐 고구마처럼 공기는 후끈하고,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지 않다. 장마가 왔다는 신호다. 하늘은 탈수 전에 멈춘 세탁기 속 빨랫감들처럼 흐물흐물하고, 바깥 풍경은 투명 비닐을 씌운 듯 뿌옇게 젖어든다. 장마는 늘 이렇듯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강렬한 태양볕의 기세를 꺾으며 시작된다.보통 6월 하순에 시작해 7월 하순에 끝나는 장마는 우리의 기억 속에 ‘끈적하고 지루한 비의 연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억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장마는 변칙적이고, 때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