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시집 간 작은딸을 찾아갔을 때였다. 딸은 그림을 좋아하는 내게 ‘김창열 미술관’을 소개했다. 미술관에서 195×300㎝ 너른 화폭 앞에 서자, 회갈색 마포에 펼쳐진 천자문이 단아하다. 황금빛 형상들이 한자를 감싸고, 사이사이 맺힌 물방울이 영롱하다. 김창열의 작품 「회귀」였다.평남 맹산에서 태어난 김창열에게 제주도는 제2의 고향이다.전쟁 중 징집돼 제주로 갔을 때, 목가적인 섬은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에게 낙원처럼 다가왔다. 훗날 해외에서 활동할 때도 줄곧 제주로의 귀환을 꿈꾸었다. 어린 시절 한자를 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