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옥화낭자와 혼인을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시지요?”“이미 정절을 잃어 흠이 생긴 딸아이인데 제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내 딸의 목숨까지 살려준 은인이라면 더 생각해서 무얼 하겠습니까? 게다가 양반 댁 정실부인이라니? 허락을 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희 부부입니다. 흠이 많은 아이지만 제 딸아이를 거두어 주십시오.”“그럼 허락하신 걸로 하고 이 순간부터 저를 양 서방이라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리.”“아버님, 어머님, 그 나리라는 말은 빼고 그냥 양 서방
“부모님께서도 오라버니를 아세요. 좋은 총각이라고 하셨어요. 절대 반대 안 하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기왕 말이 났으니 좀 있다가 저랑 같이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려요.”대책 없이 마구 들이대는 옥화로 인해 천동은 정신이 없었다.“혼인이라는 게 중간에 오작교를 놓는 매파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예부터 내려온 풍습인데, 이 조선땅에서 이런저런 거 다 무시하고 이래도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잖아.”“역시 오라버니는 양반님이라서 그런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거네요.”“나는 그런 거 안 따지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혼인이라는 게 우리 두
“맞아요. 봉사 나리가 글을 알았기 때문에 김 초시에게 사기당하지 않고 수리안전답을 산 거죠. 그리고 이 땅들은 또 어떻고, 우리들 중에 아무도 글자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이 황무지를 헐값에 사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무조건 배워야 해. 나는 원체 돌대가리라서 제대로 배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르쳐 주세요.”“그래, 그러자. 대신 게으름을 피우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어련하시겠어요? 나리가 우리에게 검술훈련 시킬 때 보면, 이건 뭐 완전히 못된 시어머니 저리 가라던데요.”“내가 그랬나? 싫으면 배우지 마.
“얼씨구, 이제 우리 대식이도 문자를 다 쓰네. 훈장 해도 되겠어.”“나리, 놀리지 말아요. 올해는 언문이라도 배울 겁니다.”“그래, 니들끼리라도 제사는 지내지 그랬어.”“간단히 차려놓고 절은 했지요. 이제 아주 내려온 겁니까?”“그런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자주 올게. 참, 내일 마동마을 뒷산으로 사냥 가자. 거기 가면 아직 노루나 토끼는 좀 있을 거 같아. 겨울인데 몸보신 좀 해야지.”“정말입니까? 장난하는 거 아니지요?”“진짜야, 속고만 살았나?”“아니 믿어요. 믿고말고. 파군산 골짜기에는 산양이나 살쾡이도 산다고 하던데
“합하, 포르투갈은 아직 스페인의 속국이옵니다. 그래서 해외 무역을 통해서 국력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조선은 지금 외국과의 통상을 거부하는 쇄국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포르투갈로서는 조선의 시장이 아까운 것입니다. 조선인들은 손재주가 뛰어나고 머리가 좋아서 일본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상공업을 크게 부흥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명국의 도자기가 일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조선의 도자기 기술이 더 앞서 있습니다. 조선인들의 손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게 해서 구라파에 내다 팔면 막대한 이익을 볼 것입니다
“할머니,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나, 이 무덤의 주인이 불쌍해서 가끔 이곳을 지나갈 때는 이렇게 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간다우. 내가 좀 이상해 보이지?”“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할머니, 이 무덤의 주인을 아세요?”“알다마다. 내가 만들어 준 건데….”“혹시 이 무덤의 주인에 대해서 여쭈어 봐도 될까요?”“나도 자세히는 몰라.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키가 아담한 양반댁 부인 같았어. 난리 통이라서 장사지낼 돈이 없었는지 몰라도 누군가 그냥 내다 버렸어. 웬만하면 조그마한 봉분이라도 만들어주지. 몹쓸 사람들 같으니라고. 참 손에
동무들을 먼저 보내놓고 천동은 옥화를 따라서 대추나무 한 그루가 마당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가 사는 초가집은 비록 초라했지만 정갈하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집주인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옥화는 마당에서 부모님을 불렀다.“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잠시만 나와 보세요.”잠시 후에 옥화의 부모님이 마루로 나오다가 낯선 사내를 발견하고 물었다.“네 옆에 있는 도령은 누구시냐?”“자세한 것은 방에 들어가서 말씀 드릴게요. 오라버니, 인사드리세요. 저의 부모님이십니다.”“처음 뵙겠습니다. 송내마을에 사는
두 소녀는 네 명의 왜인들이 죽는 모습을 보며 기절해 버렸다. 그녀들로서는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천동은 가슴이 노출된 소녀의 옷을 여미어줬다. 그러고는 그 옆에서 죽은 왜인들의 시체를 범바위 뒤편으로 가져가서 그녀들이 깨어났을 때 볼 수 없도록 했다. 그런 연후에 천동은 소녀들을 깨웠다.“많이 놀랐을 것이오. 하지만 이미 왜인들이 다 죽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되오.”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소녀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천동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들은 금세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
이튿날 일찍 조반을 먹고 사냥에 나선 그들은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지동과 원지마을을 거쳐서 차일마을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마동마을 근처에 있는 파군산 골짜기에 당도했다. 정월답지 않게 날씨는 포근했다. 말만 사냥이지 사실은 사냥이 아니었다. 이미 며칠 전에 천동이가 골짜기 여기저기에 올가미를 설치해 놓았는데, 각자 흩어져서 올가미에 산토끼나 노루, 꿩들이 잡혔는지 확인해 나가는 게 전부였다.두 식경을 확인했는데도 토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영지, 상황, 운지 등의 버섯을 조금 채취하고, 더덕은 두 뿌리 캤다. 따사로운
“대감, 감사합니다. 이 한 목숨 대감께 맡기겠습니다.”“기왕 차려진 술상이니 술이나 마시세.”몇 잔의 술이 오간 후에 김응서는 왜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넌지시 요시라에게 물었다.“요시라, 혹시 요즘 왜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가? 아는 대로 말해 보게.”“그렇지 않아도 뇌물을 써서 첩자를 심어놓았습니다. 수일 내로 연락이 올 것입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시면 소인이 반드시 대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전해 올리겠습니다.”“그래 주겠나? 그리만 된다면 내가 나중에 조정에 품신을 해서 자네의 공을 알리겠네. 공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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