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봄 햇살은 유난히 단단하고 고요하다. 경주의 박물관은 다녀갈 때마다 새롭지만 이번만큼 인상 깊은 방문은 없었다. 고도 경주에서 고려 도자기를 마주한다는 건, 시간의 층위를 넘나드는 일처럼 느껴졌다.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는 단지 고려 도자기를 진열해둔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푸른 형상으로 구현된 고려인의 감각과 사유, 그리고 삶의 결이 녹아든 시간 여행이다.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그 시작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였다. 고려 상형청자의 뿌리가 통일신라 경주에 있었음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