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짐을 챙긴다. 소지품이라고 해봐야 휴대전화, 안경, 읽던 책, 보조배터리, 물, 손수건 등이다. 길을 떠날 때는 눈썹도 떼어 놓고 가라고 누군가 말했다지. 헝겊 가방에 주섬주섬 최소한의 물건들을 집어넣으며 의연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어젯밤 급작스레 나와의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마침 오늘 아무 일정이 없으니 일단 혼자서 어디로든 떠나보기로 했다. 여느 때처럼 시끌벅적한 아침이 지나가고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서자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민첩하게 집안 점검을 마치고 날쌔게 차 키를 집어 들었다.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