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대표하는 숫자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출생연월일을 받고, 학교에 입학하면 출석번호를, 성인이 돼서는 학번을, 취직 후에는 사번을 부여받습니다. 일생을 거치며 고유한 수가 사람을 대신해 불리고, 그를 통해 옆 사람과 구분됩니다. 마트의 신선 코너에 놓인 우유처럼 말이죠. 제조 일자가 다른 우유들은 재고 관리를 위해 번호로 정렬됩니다. 멀리서 보면 개별적인 차이는 사라지고, 오와 열을 맞춘 배열만이 보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사각형의 배열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번호표에 가려진 사소한 모서리를 찾아주는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