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입술들은 말한다자신의 이름과 고향과 사랑하는 이에 대해절망과 분노와 슬픔과 죽음에 대해오늘 저녁 먹은 음식과산책길에 만난 노을빛에 대해기후 위기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생일과 장례, 술과 음악, 책과 영화, 개와 고양이에 대해마을을 휩쓸고 간 장맛비에 대해 파도 소리에 대해 얼굴도 없이 몸뚱이도 없이격자무늬 벽에 처박힌 채 입술들은 말한다 입술들은 대체 어디서 모여든 것일까 각기 다른 언어로각기 다른 목소리로각기 다른 리듬으로 목소리들은 서로 삼키고 뱉고 다시 삼키고 뱉고 삼키고 들리지 않는 노래를 너무 많이 들었나봐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