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지 않던 시절, 강화로 오기 위해서는 덜컹이는 버스 위에서 78개의 노선을 거쳐 ‘강화터미널’로 가야만 했다. 길 위에서 긴 시간을 감내해야 했지만, 그 여정은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도 특별했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속에 쌓여 있던 복잡한 생각들도 하나둘 정리되곤 했다. 강화대교를 건너는 순간, 울렁이던 멀미가 한층 가라앉고, 옥죄던 가슴 한켠이 눈 녹듯 느슨해지곤 했다.섬으로 진입하는 그 짧은 구간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목적지는 늘 버스 노선의 맨 끝 지점이었